생각

This is water

6161990 2025. 2. 22. 22:53

 

 

 

인터뷰어 데이빗 립스키가 DFW와 함께했던 5일을 담은 영화 <The End Of The Tour>(2015)

 

 

손석구를 추앙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내가 추앙해온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그는 바로 DFW.  5년 전,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않을 일> 을 읽고 그의 모든 책을 다 읽어내기로 결심했었다. 국내 출간물은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새 번역 신간이 몇 권 더 나왔다. <이것은 물이다> 도 그 중 하나였다.

 

DFW 는 2005년 대학교 졸업 연사로 초청받았다. DFW 가 졸업 연사를? 교훈을 설파하는 일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것 같은 사람이어서 의외였다. 웃긴 건 그 연설이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연설 스트립트가 번역되어 국내에도 출판되었다. 그게 <이것은 물이다> 다. 

 

너무 진부하고 상투적이어서 흘려듣게 되는 말, 그 말에 담긴 깊이를 이해하면 클리셰는 전복된다. 신선한 게 된다. 그의 연설은 "진정한 교육은 생각하는 법을 가르친다." 라는 클리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생각할지, 어떻게 생각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고 끝낸다. 

 

 

"하지만 자유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승리하고 성취하고 과시하는 행위가 주류를 이루는 위대한 바깥세상에서는 별로 언급되지 않는 자유야말로 가장 귀중한 자유입니다. 진실로 중요한 자유는 집중하고 자각하고 있는 상태, 자제심과 노력, 그리고 타인에 대하여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능력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사소하고 하찮은 대단치 않은 방법으로 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연설 후 3년 뒤,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의식적인 선택의 자유, 그의 죽음이 그가 설피하던 것들과 가깝게도 또 멀게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