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다. 스토너는 <스토너>의 주인공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 입학했고 영문학에 빠져 교수가 되어 살다가, 죽는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가 소설이 될 수 있을까? 좀 더 세심하게 스토너의 삶을 들여다보고 느껴보면 그의 삶은 위대한 소설이된다.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면밀한 독자들에 의해 50년 만에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다. 주의깊게 보면 달라진다.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무無였던 것들이 책을 덮고나면 몰려왔다. 끝이라는 게 그런가보다. 스토너는 임종 직전 이런 물음을 한다. '무엇을 기대했는가'. 스토너의 인생은 기대와 실망을 왔다갔다하며 인내하는 삶이었다. 불의와 고난에 대해 꾹 입을 다물고 참기만 하는 그가 답답하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는 인간적 위엄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게 같은 인간으로서 감동이된다. 어떤 순간에도 스토너는 스토너일 수 있는 위엄. 그래서 아름다웠다.
책의 끝에 다다라서, 내가 그의 삶을 돌이켜보는 것과 그가 그 자신의 삶을 생의 끝에서 되돌아보는 것. 둘의 차이가 있을까. 세세하게 떠올릴 수 있는 몸의 감각만의 그의 것이고, 그래도 살만하지 않았냐는 자조적 웃음이 우리 둘 사이를 떠돌 것이다.
삶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기대와 실망의 총합이 0이고 그게 곧 삶" 이라고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말한다. 스토너의 인생을 지켜본 우리에게, 역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게, 들어맞는 결론인 것 같다. '눈물이 나도록 기쁜 날들과 웃음이 나도록 슬픈 날들을 통과하면서 우리 모두 저 속절없는 0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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