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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올카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방랑자들 - 교보문고

올가 토카르추크 장편소설 | ■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방랑자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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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카 토카르추크 <방랑자들>

 

깊고 깊은 책을 만나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지고 따듯한 용기 같은 것들을 얻게된다. <방랑자들>은 정착하지 않고 곳곳을 누비는 방랑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 두 쪽 분량의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떠돌이들의 삶을 방대하고 깊게 실어나른다. 어떤 책들은 간단하게 소개하기가 어렵다. 소설이 너무 아름다워서 내 몇마디 얹기가 누추해진다. 또 어떤 책들은 우연히 다시 펼쳤을 때 생각지도 못한 감화가 밀려온다. 언젠가 한번은 '인생 영화' '인생 드라마' 같은 말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쓴 적이 있다. 

 

'인생 영화'라는 게 꼭 엄청난 걸작이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좋은 카메라와 훌륭한 편집과 오감을 저리게 하는 연기같은 걸로 이루어져있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저 내가 절실히 듣고싶었던 이야기가, 내가 필요로 하는 그 '순간'에, 내 인생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 것. - 그게 '인생'이라는 머릿말을 붙일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 싶다.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나를 동요하게하는 나의 인생소설 , <방랑자들>이다. 작품 속에 몇 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후기를 마친다.

 

 


지금은 그저 몇 토막의 추억만 떠오르는, 프랑스에서 보낸 이 주. 중세 도시의 오래된 성벽에서 갑자기 엄습한 허기, 포도 덩굴로 뒤덮인 지붕 밑 카페에서 보낸 어느 저녁나절. 노르웨이는 또 어땠는가.
호수의 차가운 냉기,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던 한낮, 상점이 문 닫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산 맥주,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난생처음 본 피오르의 풍경.
"제가 본 것들, 그건 모두 제 것입니다."

p.42

 

 


위키피디아에 존재하는 정보는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언어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으로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백과사전은 절대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없을것이다. 그러므로 규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 모르는 것, 지식과 반대되는 것을 추적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 요구된다. 옷의 안감 같은 것, 그 어떤 색인으로도 담아낼 수 없는 것, 그 어떤 검색 엔진으로도 찾아낼 수 없는 것, 그 영역은 어찌나 방대한지 단어에서 단어로 횡단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저 단어들 사이로 발을 들여놓을 뿐이다. 개념들 사이의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심연 속으로, 하지만 발을 디디 때마다 우리는 미끄러지고 넘어진다. 내 생각에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시도는 깊숙이 파고드는 것뿐이다.

물질과 반물질. 정보와 무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