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토카르추크 <태고의 시간들>
현실과 좀 동떨어진 이야기를 듣고싶었다. <태고의 시간들>은 올카 토카르추크 작가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태고'라는 소우주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의 시간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묶여있다. 인간 뿐 아니라 짐승의 시간까지도 함께다. 버섯균의 시간도 있고 늑대의 시간도 있다. 그때 그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증명해낸다. 신비롭고 마술적이기도 한 세계안에서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덕분에 리얼리즘도 두텁게 담겨있다. 같은 공간, 같은 시에 다르게 사는 삶들을 쭈욱 지나치다보면 시간의 영속성을 느끼게 된다. 니에비에스키 가족 삼대는 작품의 중심을 잡는 인물들이다. 삼대에 걸친 시간을 읽고 음미하다가 작품의 끝에다다르면 삼대의 시간은 하나로 옅게 뭉쳐있다. 이 때 난느 뭔가 신비로운 경험을 하나 한 것 같다. 멀리있는 산을 보듯, 머릿속으로 시간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시간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감각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시간을 먹으며 살아가는 존재들. 결국 나 자신도 태고 안의 한 톨 먼지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른 존재와 섞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주하고 노화하면서 존재의 죽음 뒤에 또다시 탄생하게 되는 그 시간의 지속을 주시하게되는 경험. 이게 소설로 가능한가...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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