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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끈이론>

 

끈이론 - 교보문고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 | 빌 게이츠 선정 2016년 올해의 책“월리스는 이 산문에서도 쇠숟가락 구부리듯 언어를 다루는 기막힌 방법을 발견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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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끈이론> 

 

글쓰는 일에 천재고 아니고를 따지고 싶지 않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저절로 인정하게 된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천재다. 월리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소설도 에세이도아니다. 가짜도 진짜도 아닌 것으로 그는 사람들을 웃긴다(정말 웃음이 터지는 글들이 많다). 실제 그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약간의 조미료를 더한 글들인데 거기에 어떤 '맛'이 있다. 어떤 작가 특유의 느낌이 나게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어마어마한 매력의 '말 맛'. 월리스에게 빠져서 국내에 출판될 그의 다음책을 엄청기다렸다. 2020년이었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가 출판되었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내가 그에게 반항할 새도없이 사로잡혔다면 두번째는 그에게 어떤 단어를 붙여주기 시작했다. '집요함' '박식함' '심오함' '차가움' '외로움' 그는 세상의 여러 면들에 대해 환기가 필요한 것 같았다. 마약을 했고 알코올 중독도 겪고 우울증을 달고다니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으로 집요하게 미끄러지면서 글쓰기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세상 속 '진짜'의 모습들이 그의 발버둥처럼 느껴지기도한다. 

 

그가 빠져살던 것 중 하나가 테니스다. 테니스 주제 하나로 책을 낼 수 있을 정도다. <끈이론>이다. 그는 로저 페더러의 광팬이지만 페더러의 명 경기 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한 선수(나달)들과 신인 선수들의 경기까지 다룬다. 테니스를 1도 몰라서 그 전 작품들에 비해 재미는 덜했지만 그는 테니스에 취해있고 나는 그런 그의 글에 취해있는 느낌으로 읽었다. 

 

'생각과 실천이 어떻게 다르고 실천과 존재가 어떻게 다른지 (....) 하지만 진실에 대한 표준운영지침이 으레 그렇듯 여기에는 잔인한 역설이 결부되어 있다. 그것은 선수들 같은 천상의 재능을 갖지 못한 구경꾼인 우리야말로 자신이 허락받지 못한 재능의 경험을 진정으로 보고 서술하고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역설이요, 운동 천재의 재능을 부여받고 발휘하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자신의 재능에 대해 눈멀고 귀먹을 수 밖에 없다는 역설이다. 그들이 눈멀고 귀먹는 것은 그것이 재능이 대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야말고 재능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끈이론> p.80